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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계곡이 부른대서 따라갔더니... “으악”
70+ 동문 산악회의 '기절초풍' Canyoneering!
2019년 07월 18일 (목) 11:51:39 김지영 기자 jiyoungky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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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산행은 Josephine Creek canyoneering (ACA 3A) + 1.1mile + 670 ft gain을 하겠습니다.”

7월5일 자 김동근 대장님의 메시지. 이 짧은 메시지에 따라 7월6일 토요일 12명의 남가주 서울대 동창회 등산반 용사들이 모였다. 그 다음은 역사가 됐다. (The rest is history...)

   
평균 연령 70대 중반의 서울대 남가주 동문회 산악반 회원들의 늠름한 모습.

 
막내 유혜연(음대 79)의 비명 – 기절초풍

어딘지 모르고 따라갔다. ‘캐녀니어링’, 목에 착착 감기는 매력적인 단어. 나의 생애 두 번 째 캐녀니어링이었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파킹을 하고 내려간다. 4분의 1 마일의 짧은 거리. 그런데 길이 없다. 두 발로 갈 수 없는 그곳. 네 발로 기다가, 엉덩이 미끄럼. 그렇게 가다 보니 더 이상  갈수 없는 절벽.

대장님이 자일을 나무에 매고 아래로 툭 던지신다. 대장님이 한 사람씩 자일에 매달아 준다. 하니싱(harnessing) 완료. 다음은 씩씩하게 밧줄을 잡고 절벽에 두 발을 굳건히 디디고 (planting), 캥거루처럼 껑충껑충 뛰어 내리는 단계(rappelling).

첫 절벽 30피트, 두 번째 절벽 60피트, 무사통과. 그래도 산행 중 틈틈이 연습해온 보람이 있다. 그런데 그날 캐녀니어링의 하이라이트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170피트짜리, 폭포 하강! 착지 지점이 안 보인다. 중간에 약간의 돌출(overhang), 그리고 제법 큰 물길이 절벽을 따라 흐르다가 공중으로 떨어진다.

이 폭포를 하강해야 하는 길이가 무려 내 키의 30배, 눈이 아물거리고 정신이 아득하다. 그래도 내려가는 수밖에 길이 없다. 일단 하니스를 하고 밧줄에 매달린다. 대장님은 먼저 내려가셔서 밑에서 밧줄을 잡아 주신다.  공중에 매달려서 발을 디디려 하나 절벽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겨우 발을 디디면 폭포 물이 줄줄, 아니면 미끄덩.

그래도 내려왔다. 물구덩이에 착지, 아니 착수. 기절하고 초풍을 한다. 그래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달콤한 캐녀니어링.

   
유혜연 회원이 폭포를 따라 하강하고 있다.

막내에서 두 번째 언니 제영혜(가정대 71) – 1,000딸라 짜리 공포 체험

첫 번째, 두 번째 하강은 편안했다. 산악반을 열심히 따라다닌 덕에 래플링을 몇 번 연습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 그런데 세 번째 폭포 하강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래로 떨어진 자일 끝이 안 보인다. 밧줄 하나 믿고 미지의 세계로. 일본 사람들은 이런 경우 “기요미즈 떼라의 무대 위에서 뛰어내린다”라는 말을 한다지. 교또에 있는 절의 나무로 쌓은 테라스, 여기서 뛰어내리면 살아날 확률이 85%라고 한다.

하여튼 내려간다. 발이 절벽에 닿지 않아 허우적, 빙그르르, 공중에서 밧줄이 돈다. 다시 정신 차리고 필사적으로 절벽을 찾아 발을 디딘다. 이번에는 미끄르르. 물에 젖은 자일이 엄청 무겁다. 이렇게 영원같이 아득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착수. 무릎까지 닿는 물웅덩이. 170피트 하강 시간이 13분.

그 13분이 참 비싼 시간이었다. 내려와서 정신을 차리고 다음에 내려오는 대원의 멋진 모습을 찍으려 전화기를 찾으니 없다. 아직 할부금도 다 값지 못한 삼성 갤럭시 S9 -- 얘는 나보다 더 무서웠나보다. 내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동안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나와서 물속으로 잠수.

전화기를 찾기는 했는데 액정이 깨져서 반만 나온다. 그래도 통화도 되고 기능은 살아있다. 다만 나와 전화기 소통이 제대로 안 되어서 쓸모가 없다. 그래서 새 전화기를 살 수 밖에.  그렇게 1,000딸라 짜리 공포를 체험. 몇 년 전에도 전화기를 뒷주머니에 넣고 바위타기 (bouldering)를 하다가 완전히 갈아 먹은 이력이 있다.

전화기 뿐만 아니라, 신발도 버려야 했다. 밑창이 다 나가 버렸다. 지난 주 이 산에서 조난, 일주일 후에 구조된 한국인 할아버지 신발이 생각난다. 그래도 뿌듯한 자신감, 다음에는 언제 어디로 캐녀니어링을 갈까?
 
왕 고참 김홍묵(문리대 60) -  한 몸의 능력에 대한 명상

시작부터 무섭다. 대장이 가리키는 내리막, 1/4 마일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80% 이상의 경사.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대장은 밑에까지 답사를 하고 올라와 우리를 독려한다. 대원들 말은 안하지만 80%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인 듯.

갈팡질팡을 하는 사이 나 혼자 남았네. 멀리서 조정시 박사가 시멘트 빗물 고랑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간다. 나도 그쪽으로. 엉덩이를 대고 거의 거꾸로 매달리는 기분으로 내려간다. 일행은 보이지 않지만 잡목 너머로 목소리가 들린다. 그쪽으로 전진. 오래전에 듣던 군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이 가락에 따라 잡목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리고 밧줄 하강. 첫 번째, 두 번째는 오래전 경험을 되살리는 연습. 내 몸의 뇌신경 명령이 근육과 잘 소통하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해가며 이 한 몸의 능력에 대한 명상을 한다.  80 평생 기특하게 잘하고 있구나.

한 번에 한 사람씩 줄을 타고 내려가니 시간이 걸린다. 마지막 170피트 폭포에서는 거의 두 시간 반. 그래서 참가자 중 서울대 합창반원들은 다음 주로 다가온 공연 연습까지 한다. 마지막 하강 시 주어진 절벽의 각박한 자연을 최대한도로 이용하여 발목을 요리조리 돌리고, 물에 젖지 않기 위해 몸을 여러 각도로 돌려가며 내려온다. 몸속 구석구석 숨어있던 곡예 기능이 내 팔, 다리, 허리, 어깨, 가랭이에서 스멀거리며 나온다. 잡목과 고목을 헤치며 전진을 주도하는 손목, 팔꿈치, 발목이 고맙다. 다시 한 번 이 몸체의 자동적 반응과 순발력에 경의를 느낀다.

모두 하강한 시간이 저녁 7시. 내려오는 일에 몰두하고 승리감에 취해서 파킹장까지 올라갈 일을 걱정 안 했구나. 그러나 엄연한 현실. 길도 없는 길을 만들어 가며 필사적으로 기어오른다. 두 다리로만 안 된다. 무릎까지 써가며 올라간다. 모래자갈 때문에 두 발짝 올라가면 한 발짝 흘러내린다. 내 뒤에 오던 신박사가 지팡이로 내 발 뒤꿈치를 받쳐 준다. 다리가 여럿인 개미가 부럽다.

어쩌다 보니 나홀로. 두렵다. 차에 두고 온 장갑 생각이 간절하다. 그렇게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대장 목소리가 들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소리를 따라 낮은 포복으로 기어간다. 그렇게 사투 끝에 대장이 찾아낸 좁은 트레일이 보인다. 휴~~~ 살았구나.

모두 파킹장에 모인 시간이 밤 9시. 하산. 210번 프리웨이 가까이 오니 전화가 터진다. 그동안 여러 대원 가족들이 안절부절. 조난 신고까지 했다고. 뒤풀이는 라운드테이블 피자, 맥주.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서울대 동창회 산악반의 추억. 할 수 있을 때 하자.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줄리 조 (공대 60 조정시 사모님) – Oh, help

인생은 뜻하지 않은 곳으로 흐르는 재미가 있다. 2019년 7월6일 산행은 원래 여기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 가려던 곳이 길이 막히는 바람에 막판에 행선지가 바뀌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조세핀 크릭에 도착. 그런데 그게 아니네.

세 번째 하강 코스 폭포를 보는 순간 갑자기 이 대사가 생각난다. 

“Oh, help. I have confidence in confidence alone. Besides which I have confidence.............. in me. Hello. Here I am.”

옛날에 본 Sound of Music 영화에서 마리아가 운명의 캡틴 집 앞에서 하던 말. “...............”은 “덜덜덜덜…”로 읽으면 된다.

그래도 내려간다. 나를 믿고. 아니면 나에 대한 믿음을 믿으며. 밧줄에 매달려서도 물에 젖지 않으려고 용을 쓴다. 맘대로 안 되네. 드디어 끝이 보인다. 물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절벽에 나뭇가지를 잡고 안간힘. 그런데 오십이 한참 지난 담에 찾아온 오십견 때문에 왼쪽 어깨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 숨도 멈춰지고 눈물이 쏙 빠진다. 그리고 풍덩, 잠수 착지. 젖은 옷을 갈아입으려 배낭을 여니 배낭속의 옷가지도 다 물에 졌었네. 오들오들. 그래도 대원들이 서로 대견해서 어깨를 두드리는 바람에 맘이 놓인다.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심도 잠시. 파킹장까지 올라가야 하는 시련이 기다린다. 자갈, 돌덩이 급경사 산을 기어오른다. 날은 저물고 기운은 없고, 그래도 그 길 밖에 없으면 한다. 대장님의 격려와 안내로 무사히 파킹랏으로.
20년 산행에 가장 어려웠던 날.
 
김군숙 (대장님 사모님) – 라쇼몽(羅生門)

거리로는 1.7마일, 시간으로는 9시간, 우리 12명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그런데 각자 느끼는 감정은 서로 같지 않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명화 ‘라쇼몽’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어느 도시의 대문 라쇼몽에서 비를 피하던 사람들이 어떤 사건을 두고 다 자기 입장에서 전혀 다른 경험담을 이어가는 이야기.

세 번째 170피트 폭포 하강 코스에서는 한 사람이 내려가는데 약 15분 정도 걸린다. 12명이 다 내려가려면 두 시간 이상. 내려가신 대원들이 뿌듯한 자만감을 즐기고 있는 동안 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좁은 공간에서 초조하게 기다린다. 하나하나 마음속에 다른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을 하며 마음속의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 기다리던 좁은 공간 옆으로 옻나무가 있다. 옻나무의 독성에도 각자 다르게 반응. 나는 옻나무에 민감해서 옻이 올라 고생. 다른 분들은 무사한 듯.

우리 대장님 김동근 (공대 60) – 그대 먼 길손이여

連峰去天不盈尺 (연봉거천불영척)
잇닿은 산봉우리는 하늘과 한 자 사이도 못된다.
枯松倒掛倚絶壁 (고송도괘의절벽) 
마른 소나무는 절벽에 거꾸로 걸려 있다.
飛湍瀑流爭喧豗 (비단폭류쟁훤회)  
여울물 튀고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 시끄럽다.
砯崖轉石萬壑雷 (빙애전석만학뢰) 
낭에 부딪고 돌을 굴려 골짜기마다 천둥이다.
其險也若此 (기험야약차)
그 험하기 이와 같소.
嗟爾遠道之人胡爲乎來哉 (차이원도지인호위호래재)  
아아, 그대 먼 길손이여, 어이하려고 왔소?
- 李白의 蜀道難 중에서
 
그날 예상보다 많이 어려운 상황에서 침착하고 노련하게 행동해 주신 대원들에게 감사, 또 감사. 그리고 로프, 하니스, 레펠 등 하강 장비를 꼼꼼히 챙겨주신 백정현 동문께 특별히 감사. 우리 모두 이렇게 산행을 같이 할 수 있는 행복을 오래 누리기 바라며, 다음 등산을 준비한다.
 
가지 않은 사람 김지영 (사대 69) - 예쁜 조세핀의 심술

나폴레옹이 사랑한 여자, 나폴레옹을 사랑하지 않은 여자. 그녀의 이름이 조세핀이다. 나폴레옹의 황후 그 조세핀의 매력 때문에 평균 70대 중반의 우리 산악반원들이 이번 신들린 산행을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심술 때문에 즐거운 고행길이 되었고.

제가 눈팅만 하는 서울대 동창회 산악반 카톡을 보며 간접적으로 공포와 환희를 대신 느낀다. ‘기절초풍’, 딱 맞는 말이다. 氣絕-風, 한자로 이렇게 쓴다. ‘초’자는 모른다. 내가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국어대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다. 하도 기가 막혀서 글자도 모르는 말이 생겨났다.

남가주 서울대 동창회 산악반, 말로서 말할 수 없는 말의 길이 끊어진 득도의 길을 간다.  그때 같은 길을 걸었던 12명의 도반들은: 김동근 부부, 조정시 부부, 박진국 부부, 이상무, 신영찬, 김흥묵, 백정현, 제영혜, 유혜연.

거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 김지영 외 7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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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장년 선배님들 만세 아크로폴리스 타임즈 2019-07-19 11:27:37
이 캐년니어링 참석하신 어르신들 중 80 생일을 지내신 한 분, 그리고 그 분의 동기 두분, 그리고 75+ 가 평균 연령이십니다. 아직 60 대는 애들이지요. 대단하시다는 말씀 밖에
추천0 반대0
(216.XXX.XXX.87)
  한번더 갑시다 김동근 2019-07-18 10:09:37
김지영 기자님 감사합니다. acorploistime 에서 읽으니 카톡 에서 보다 더 실감 납니다. 김지영님을 비록하여 못 가보신 분들을 위해 한번 더 주선해 보겠습니다.
추천0 반대0
(206.XXX.XXX.76)
  정말 후덜덜덜~ 김종하 2019-07-17 19:07:07
이네요. 저도 편집하면서 아찔아찔... 기절초풍 체험.
현장감, 생동감 넘치게 전해주신 김지영님 감사드려요.
추천0 반대0
(12.XXX.XX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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